평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역사 특히 현대사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던 나에게, 영화 '서울의 봄'은 조금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이건 그냥 영화가 아니라 꼭 봐야 할 역사를 담은 이야기야”라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내어 영화관을 찾았다. 그 결과는 한 마디로 말해 ‘충격’이었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스릴 넘치는 전개와 현실감 있는 캐릭터, 그리고 무거운 여운이 오래 남았다.
줄거리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당시 정권은 급격한 공백 상태에 놓였고,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들뿐 아니라 군 내부도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영화는 이 시기 군부 내에서 벌어진 ‘12·12 군사반란’이라는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줄거리의 중심 인물은 정승호 장군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당시 군 정보기관의 핵심에 있었으며,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영화는 그의 시선에서 시작되어, 그가 어떻게 동료들과 비밀리에 쿠데타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계엄사령관을 전격 체포하고, 수도권의 병력을 사적으로 이동시키며 군 내부 통제 시스템을 장악해나가는 과정은 매우 치밀하게 묘사된다.
그와 동시에 등장하는 이태신 장군은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합법적인 지휘 체계와 군의 명예를 지키고자 한다. 그는 정승호의 계획을 감지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즉시 대처에 나선다. 하지만 주변 지휘관들이 우왕좌왕하고, 일부는 이미 정승호의 편에 서 있었기에 그는 철저히 고립되고 만다. 이태신은 서울 시내에서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병력 충돌을 피하려 애쓰면서도, 끝까지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 한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점은 단순한 '총격전'이나 ‘정치극’으로 사건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력을 이동시키기 위한 교신, 지휘권을 놓고 벌이는 설전, 그리고 부대별로 엇갈리는 명령 수행 등이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예를 들어 정승호가 계엄사령관 체포 명령을 내릴 때, 일부 부하들은 망설이지만 결국 상관의 힘 앞에 복종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태신의 부하들은 끝까지 명령을 따르며 저항의 뜻을 함께한다.
정승호와 이태신 두 인물의 대립은 곧 군 내부의 분열로 이어지고, 결국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된다. 병력 간의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는 순간마다, 관객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쉽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 청와대가 무력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은 "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영화의 줄거리는 단 하루, 단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이지만, 그 파장은 이후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를 뒤흔들게 된다. 영화는 이 날을 단순한 과거의 한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분기점으로 삼아 묘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과거를 되짚고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등장인물
모두 극적이면서도 현실감이 있다. 정승호는 냉철하고 계산적인 인물로, 명분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그는 자신이 나라를 구한다고 믿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권력을 위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군을 움직인다. 반면 이태신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원칙과 정의를 지키려는 이상주의자이며, '군인의 명예'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인물 김정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며 현실의 벽과 정치적 계산 속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각각의 인물은 단순한 선과 악을 넘어서, 그 시대에 실제 존재했을 법한 다양한 사람들의 특성, 성격, 모습, 행동, 관계를 반영하고 있었다.
영화총평
이 영화가 단순한 사건 재현이 아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 같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같은 물음은 단순히 줄거리 이해를 넘어, 현재를 사는 나에게도 깊은 울림과 고민을 주었다. 특히 영화를 본 후 실제 ‘12·12 군사반란’과 전두환에 대해 스스로 찾아보게 되었고, 한국 현대사가 결코 멀게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총평하자면, 영화 '서울의 봄'은 현대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처음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영화 속 인물의 감정과 선택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한국 정치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 중 하나를 이해하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영화를 통해, 잊혀가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