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개봉한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작품 <어바웃타임(About Time)>은 로맨스와 판타지를 오묘하게 엮어낸 영화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 속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시간여행’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사랑, 가족, 삶이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익숙한 이들조차도 새로운 감정적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감동을 넘어 인생의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마음속에 담아야 할 명작이다.
추천 이유
<어바웃타임>이 단순한 로맨스 영화와 구별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정의 진정성’에 있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형적인 달달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을 이루고, 지키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의 소소한 기쁨과 아픔,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팀이 시간여행을 통해 처음에는 소심했던 자신을 바꾸려 하고, 연인을 만나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만, 결국 그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유머와 감동 사이를 유려하게 오가며, 과장되지 않은 따뜻한 분위기를 통해 관객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남긴다. 또한, 영화 속 대사 하나하나가 특별하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 공연이다.”라는 대사는 마치 관객 개개인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처럼 다가온다. 로맨틱 코미디를 자주 접해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영화의 감정선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결코 자극적인 전개나 인위적인 반전 없이도, 따뜻한 공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감성적인 스토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줄거리
영화는 주인공 팀 레이크가 성인이 되던 해, 아버지로부터 놀라운 가족 비밀을 전해 듣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들의 가문 남성들은 과거의 특정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단, 이는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제한적 능력이다. 팀은 이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처음에는 연애에 서툴렀던 자신을 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을 반복하며,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에게 다가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인연은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메리라는 여인이었다. 팀은 메리와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기억을 잃어버린 메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수차례 시간여행을 반복한다. 결국 그는 메리와 결혼하고, 함께 가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인생은 시간여행으로도 완벽해지지 않는다. 팀은 가족의 죽음, 예측할 수 없는 사고, 변화하는 삶 속에서 때로는 아무리 되돌아가더라도 바꿀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그는 시간여행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수차례 반복하지만, 결국 이별의 시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영화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팀이 ‘시간을 바꾸기 위한’ 삶에서 ‘시간을 음미하는’ 삶으로 변화하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결국 그는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평범한 날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장치를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얼마나 충실히 살았나요?”
등장인물
<어바웃타임>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그 중심에는 팀 레이크가 있다. 도널 글리슨이 연기한 팀은 매사에 진지하고 다소 어설프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진심인 청년이다. 그의 성장은 곧 이 영화의 주제와 연결된다.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깨달음에 이르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준다. 그의 연인 메리는 레이첼 맥아담스가 맡아 연기하였다. 그녀는 단순한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팀의 인생 여정에 함께하는 진정한 동반자로 그려진다. 메리는 때로는 소박하고, 때로는 유쾌하며, 무엇보다 현실적인 여성이다. 그녀의 존재는 영화 전체의 감정선을 보다 섬세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팀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빌 나이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감정 중심축이다. 그는 유머와 따뜻함을 겸비한 인물로, 팀이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준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시간 여행 장면은 수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외에도 팀의 괴짜 여동생 키트캣, 묵묵하지만 따뜻한 어머니, 독특한 삼촌 등 모든 조연들이 개성 있고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이들은 단순히 극을 채우는 주변 인물이 아닌, 각자의 서사를 지닌 존재로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이러한 인물 구성은 관객이 마치 그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듯한 친밀감을 느끼게 하며, 영화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어바웃타임>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자주 잊고 살아가는 삶의 본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이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결국 진정한 변화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한다.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어바웃타임>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한다. 깊은 여운과 따뜻한 감동,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담긴 이 작품은,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편의 위로와도 같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조용한 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린다.